노인건강상식
치매(癡呆). 인생의 숱한 경험 속에서 빛나는 지혜를 가득 담고 있을 노년기에 갑자기 찾아오는 ‘어리석음(癡呆)’의 공포다.
이런 치매에 대해 정부가 ‘전쟁’을 선포했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특징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약 40만 명(전체 노인의 8.3%)으로 추정되며 향후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는 가정을 뒤흔들기도 한다. 환자 가족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고, 가계 또한 엉망이 된다.
최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 반 동안 노인과 치매환자가 3만명 가까이 실종됐고, 이 중 치매환자의 실종건수는 월평균 66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치매를 잡기 위해선 제대로 좀 알아야 한다. 증상이 비슷하거나 치매와 혼용돼 쓰이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헌팅톤병 등도 함께 살펴보자.
◇ 노망vs중풍, 알츠하이머와 혈관성치매
치매는 기억력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인지능력을 상실하는 만성 퇴행성 뇌질환이다. 다만 특정 질환이나 진단명이 아니라 여러 가지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뇌 기능의 전체적인 저하 상태로 일종의 증후군(증상복합체)을 뜻한다.
치매의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크게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서울아산병원 이재홍 교수(신경과)는 “알츠하이머병은 뇌신경세포가 점점 없어져 뇌가 쪼그라드는 퇴행성 질환으로 전체 치매의 50~60%를 차지하고,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에 의해 뇌 조직이 파괴되는 것으로 20~30%의 치매환자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치매의 대표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우리가 흔히 ‘노망들었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언제 시작됐는지 알 수 없으며 점진적이고 퇴행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 또한 상대적으로 어렵다.
알츠하이머병은 처음에는 아주 가벼운 건망증으로 시작한다. 이후에는 병이 진행되면서 언어 구사력, 이해력, 읽고 쓰기 능력 등의 장애로 발전하며, 결국에는 불안해 하고 매우 공격적으로 될 수 있다. 환자 가족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혈관성 치매는 우리가 흔히 ‘중풍’이라고 부르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뉘며, 의학적으로는 이를 뇌졸중이라고 부른다. 특히 반복되는 뇌졸중에 의해서도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증상으로는 팔, 다리 등의 마비가 오거나 언어장애, 시야장애 등이 나타난다.
이 경우에는 대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보통이지만, 미리 경고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가끔 어지럼증이 생기거나 깜빡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거나, 순간적으로 말이 어눌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증상 중 상당수가 뇌졸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노란신호가 깜빡거릴 때 빨리 파악하고 진단을 통해 예방해야 빨간신호로 바뀌지 않는다.
혈관성 치매는 대게 발생하더라도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초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또한 뇌졸중이 발생하면 반드시 3시간 내에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을 예방하고, 치매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치매로 가는 파킨슨, 헌팅톤…“예방도 가능”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의 원인이 되거나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들도 많다.
특히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던 세계적인 권투선수를 하루아침에 꼼짝 못하게 만들어 유명해진 파킨슨병은 떨림이나 손, 발, 관절의 마비, 언어장애 등 신체를 움직이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특징이다. 치매의 원인 질환 중 하나.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 중 30~40%가 말기에 치매 증상을 나타낸다. 또 반대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일부는 병이 진행하면서 파킨슨병의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루이 소체(바디) 치매는 뇌신경세포 안에 ‘루이 소체’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구면의 조직이 치매로 진단받은 상당수의 환자에게서 발견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루이 소체가 뇌세포를 죽이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특히 루이 소체가 대뇌 전체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발견될 때에는 치매와 매우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헌팅톤병도 뇌의 특정 부위의 신경세포들을 선택적으로 파괴돼 가는 진행성 퇴행성 뇌질환이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인격과 지적능력이 점차 떨어지고,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등도 점차 감소한다. 치매는 이 병의 말기에 나타난다.
이 병이 젊은 사람에게 나타날 경우에는 얼굴이나 팔 등이 저절로 움직여지는 무도증이나 정신질환을 보인다.
광우병(변종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때문에 유명해진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젊은 사람도 치매에 걸리게 만드는 병이다. 매우 희귀한 질환이지만 치명적인 뇌질환으로 프라이온(prion)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 초기에는 기억력 및 시야·행동 장애가 나타나며 이후에는 팔·다리를 맘대로 움직일 수 없고, 앞이 잘 안보이는 등 매우 빠르게 진행돼 결국 혼수상태에 이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치매에 걸렸다고 지레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치매와의 전쟁’에서 패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치매의 종류는 약 70여 가지에 이르나 다수의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으며 일부의 치매는 예방도 가능하고 10~15% 정도에서는 치료를 통해 정상적으로 호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치매예방의 5가지 행동수칙
- 보건복지가족부, 대한치매학회, 한국치매협회 -
1.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을 피하자.
2. 일주일에 2회 이상, 30분이 넘게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자.
3. 두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자 : 기억하고 배우는 습관을 가지자.
4.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자 : 우울증과 외로움을 피하자.
5. 뇌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자 : 야채, 과일, 저지방 및 저콜레스테롤 음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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